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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그리고 양자역학

인문주 2021. 5. 2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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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은 20세기에 들어 거의 모든 분야에서 거대한 전환의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과학의 영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전환의 시간 한가운데에 아인슈타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첫 논문이 발표된 뒤 100년이 훌쩍 지나는 동안 아인슈타인의 위대함은 일반 상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상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속 빈 강정과 같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업적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과 정보는 간데없이 위대함이라는 막연한 인상과 느낌만 남아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왜 아인슈타인이 위대할까요? 상대성이론? 빛의 속도? 중력? 아인슈타인이 위대한 이유가 뭘까요?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비교적 구체적이면서도 최대한 간단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의 대표적인 업적은 상대성이론입니다. 상대성이론은 특수 상대성이론(theory of special relativity)과 일반 상대성이론(theory of general relativity)으로 나뉩니다. 1905년에 아인슈타인은 다섯 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1) 정지 액체 속에 떠 있는 작은 입자들의 운동에 대하여 (브라운 운동)
(2) 빛의 발생과 변화에 관련된 발견에 도움이 되는 견해에 대하여 (광전 효과에 대한 설명. 양자역학의 태동)
(3)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 (특수 상대성이론)
(4) 분자의 크기에 관한 새로운 규정 (박사 학위)
(5) 물체의 관성은 에너지 함량에 의존하는가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설)

 

이 가운데 (3)과 (5)의 논문이 특수 상대성이론에 관한 논문입니다. 1914년과 1915년에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이론을 다룬 두 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6) 일반 상대성 이론의 형식적 기초
(7) 중력의 장방정식

 

1921년의 아인슈타인

특수 상대성이론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던 시대에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물리학을 포함한 여러 분야의 과학적 과제가 거의 모두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기존의 물리학인 뉴턴의 고전 역학으로 설명이 안 되는 새로운 과학적 현상들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현상들은 고전 역학의 관점에서 볼 때 심각한 모순 덩어리였습니다.

 

그런 모순 가운데 하나가 전자기학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전자기학을 통해 계산된 전자기파의 속도가 관측자의 상대적 운동과 상관없이 항상 일정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빛의 속도가 비행기를 탄 사람에게든 땅에 서 있는 사람에게든 동일하게 관측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물리 현상은 고전 역학에서는 발생할 수도 없고 발생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빛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서는 고전 역학이 아닌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다는 의미였습니다. 말하자면 시간과 공간, 즉 시공(space-time)의 구조에 관한 새로운 설명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 배경에서 등장한 새로운 설명이 바로 특수 상대성이론이었습니다.

 

특수 상대성이론은 '상대성의 원칙'과 '광속 불변의 원칙'이라는 두 개의 가정으로 시작됩니다.

 

상대성의 원칙

가속도가 없는(멈춰있거나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모든 관측자에게 물리 법칙은 동일하다.

 

이 문장의 의미는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모든 관측자에게 관성의 법칙, 운동량 보존의 법칙, 에너지 보존의 법칙 등의 물리 법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하게 들리는 이 원칙이 강조하는 내용은 모든 관측자에게 물리 법칙이 동일하므로 "비교의 기준이 되는 절대적 관측자는 없다"는 것입니다.

 

광속 불변의 원칙

진공에서 빛의 속도는 모든 관측자에게 동일하다.

 

관찰자 A에 대해 b의 속도로 움직이는 버스 B에서 관측한 야구공 C의 속도가 c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고전 역학으로 볼 때 A가 관측한 야구공의 속도는 b+c입니다. 그런데 C가 야구공이 아닌 빛이라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A가 관측한 빛의 속도는 b+c가 아니라 c가 됩니다. 빛의 속도는 모든 관측자에게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성의 원칙'과 '광속 불변의 원칙'으로부터 몇 가지 현상들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동시성의 상대성

동시성의 상대성은 동시에 일어난 두 사건이 관찰자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르게 관측된다는 뜻입니다. 어떤 관찰자가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관측한 두 사건을 다른 관찰자는 서로 다른 시간에 일어난 것으로 관측한다는 것입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버스의 한가운데에 꺼져 있던 전등이 켜졌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버스 안에 있는 관찰자가 관측할 때 전등에서 나온 빛은 버스의 앞쪽과 뒷쪽에 동시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버스 밖에 있는 관찰자가 관측할 때 전등의 빛은 버스 뒷쪽에 먼저 도달합니다. 그것은 광속 불변의 원칙으로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시간 팽창과 길이 수축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시간 팽창

시간 팽창은 버스 밖의 관찰자가 관측할 때 버스 안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흐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전등의 빛이 버스 뒷쪽보다 앞쪽에 더 늦게 도달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합니다. 버스가 달리는 방향, 즉 앞쪽으로 움직이는 빛의 이동 시간이 늘어난다, 즉 팽창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성의 원칙에 의해 버스 안의 관찰자가 관측할 때는 버스 밖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길이 수축

길이 수축은 버스 밖의 관찰자가 관측할 때 버스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아직 버스 앞쪽에 도달하지 못한 빛의 짧은 이동 거리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합니다. 역시 반대로 상대성의 원칙에 의해 버스 안의 관찰자가 관측할 때는 버스 밖 물체의 길이가 짧게 보입니다.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설

고전 역학에 따르면 운동 에너지는 물체의 속도에 비례(E=0.5mv²)합니다. 그것은 무한대의 에너지가 가해지면 물체의 속도도 무한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특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물체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커질 수는 없습니다. 물체의 속도가 빛에 가까워지면 고전 역학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인슈타인이 정지 에너지(rest energy)와 정지 질량(rest mass)의 개념을 적용해 하나의 수식을 증명했습니다. 그 수식이 바로 유명한 E=mc²입니다. 그 식의 의미는 "질량 m인 물체가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에너지 E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질량과 에너지가 완전히 동등한 물리량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물체가 에너지를 갖는다는 말은 고전 역학의 기본 원칙을 거스릅니다. 고전 역학에 따르면 물체의 속도에 비례하는 운동 에너지가 발생하려면 일단 물체가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전 역학에서는 운동 에너지, 열 에너지, 위치 에너지 등 어떤 에너지도 질량 자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대성이론에서는 정지된 물체도 에너지를 가집니다. 모든 에너지가 그에 상당하는 질량을 가지고 그 역도 성립합니다. 그것은 질량 보존 법칙과 에너지 보존 법칙의 결합을 의미합니다. 물체가 에너지를 잃으면 질량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원자핵 반응에서 빛과 열이 방출되면 질량이 감소하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일반 상대성이론

특수 상대성이론은 속도가 일정한 좌표계, 즉 관성계를 다루는 이론입니다. 아인슈타인은 특수 상대성이론을 속도가 변하는 좌표계, 즉 비관성계의 영역으로 확장했습니다. 비관성계의 대표적인 예는 중력입니다. 

 

중력의 가속도와 움직이는 물체의 가속도는 서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등가 원리(equivalence principle)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땅에 떨어지는 사과와 날아가는 우주선의 가속도는 물리적으로 동일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중력을 '관성계에서 움직이는 물체의 가속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특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팽창됩니다. 즉 중력은 시간을 팽창시킵니다. 쉽게 말해 중력이 작용하는 공간의 시간은 느려집니다. 

 

물체가 존재하는 공간의 시간은 느려집니다. 아인슈타인은 그 의미를 시공간의 기하학으로 설명했습니다. 질량을 갖는 물체는 시공간을 변형시키고 왜곡합니다. 물체 주위의 시공간이 휘어지고 일그러집니다. 그것은 마치 평평한 땅바닥에 무거운 물체가 떨어져 웅덩이가 생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만약 그렇게 휘어진 시공간 가까이에 다른 물체가 존재한다면 자연히 그 물체는 시공간의 중심을 향해 굴러떨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굴러떨어지는 현상이 바로 중력입니다.

 

중력을 시공간의 왜곡으로 표현한 그림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통해 질량을 가진 물체가 서로 잡아당긴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만유인력의 법칙은 물체가 왜 서로 잡아당기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유를 처음으로 설명한 이론이 바로 일반 상대성이론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이론을 통해 물체가 서로 잡아당기는 이유, 중력의 원리를 설명한 것입니다.

 

일반 상대성이론에 따라 다음과 같은 물리 현상들이 예측되었고 이후 모두 사실로 증명되었습니다.

 

휘어지는 빛: 중력에 의해 왜곡된 시공간 주위를 직진하던 빛이 휘어집니다.
중력 렌즈: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 렌즈 효과를 만듭니다.
블랙홀: 질량이 매우 큰 천체에 의해 극한으로 왜곡된 시공간이 빛마저 끌어당겨 흡수합니다.
중력파: 천체의 중력 붕괴나 초신성 폭발 같은 현상에 의해 시공간의 일그러짐이 파동처럼 퍼져나갑니다.

 

양자역학

고전 역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물리 현상은 원자 단위의 미시세계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자는 원자핵을 향해 떨어지지 않습니다. 중력의 영향이 없는 것일까요? 그렇다고 전자가 원자에서 떨어져 나가지도 않습니다. 음전하를 띄는 전자와 양전하를 띄는 양성자는 왜 서로 끌어당기지 않을까요? 전자기력의 영향도 없는 것일까요?

 

원자핵과 전자가 보이는 이상한 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이론이 바로 양자역학입니다. 양자역학은 원자, 전자, 소립자 등의 미시세계에 작용하는 힘과 운동을 연구하는 물리학으로서 말 그대로 양자(量子, quantum)의 역학(力學, mechanics)입니다. 양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 단위를 의미합니다.

 

미시세계의 힘과 운동을 고전 역학에 없는 양자라는 불연속적인 에너지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래야만 설명이 되기 때문입니다. 

 

양자역학의 태동

고전 역학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나 해와 달 같은 천체에 작용하는 힘과 운동을 잘 설명합니다. 그러나 빛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상대성이론입니다. 고전 역학은 미시세계에 작용하는 힘과 운동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양자역학입니다. 고전 역학이 설명하지 못했던 미시세계의 힘과 운동이 양자의 개념을 도입하자 설명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광전 효과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양자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빛의 발생과 변화에 관련된 발견에 도움이 되는 견해에 대하여'라는 그 논문의 주제는 광전 효과였습니다. 광전 효과는 금속 물질이 문턱 진동수보다 큰 진동수의 빛을 흡수할 때 전자를 방출하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금속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튀어나오는데 그때 필요한 에너지의 최소량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빛 에너지는 연속적이지 않으며 불연속적인 양자로 구성되었다는 가설이 논문의 요지였습니다. 그 논문은 양자역학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고 아인슈타인에게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안겼습니다.

 

원자 모형

광전 효과는 전자의 불연속적인 특성을 보여줍니다. 닐스 보어가 1913년에 그 불연속성의 이유를 설명하는 최초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보어는 수소 원자의 구조에 관한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가설의 요지는 전자가 원자핵 주위의 불연속적인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논문은 양자역학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고 보어에게 1922년 노벨 물리학상을 안겼습니다.

 

닐스 보어

 

이중 슬릿 실험(double slit experiment)

광전 효과 외에도 미시세계의 이상하고 신기한 현상들은 19세기부터 20세기에 걸쳐 행해진 여러 실험에서 관찰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중 슬릿 실험입니다.

 

실험 내용

실험 내용은 단순합니다. 상자처럼 밀폐된 공간의 한쪽 벽에 두 개의 슬릿(slit)이 나란히 뚫려 있습니다. 슬릿은 음료수 자판기에 세로로 가늘게 뚫린 동전 구멍을 연상하면 됩니다. 그 슬릿에 광자(photon) 또는 전자(electron) 같은 입자를 연속으로 하나씩 통과시킵니다. 슬릿을 통과한 입자들은 밀폐된 공간의 맞은편 벽에 부딪히며 흔적을 남깁니다.

 

예상한 결과

입자의 운동을 '관찰하면서' 확인한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두 슬릿의 모양을 빼닮은 두 줄의 흔적이 남았습니다.

 

이상한 결과

실험 조건을 약간 바꿨습니다. 밀폐된 공간의 모든 빛을 차단하여 입자의 운동을 '관찰하지 않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많이 이상합니다. 두 줄이 아니라 여러 줄의 흔적이 남았습니다. 마치 파도가 두 슬릿을 통과한다면 남길만한 흔적입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간섭 현상이라고 부르는 파동의 특성입니다. 파동의 특성이 입자에 나타난 것입니다.

 

이중 슬릿 실험은 입자와 파동이 서로 반대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양립할 수 없다고 믿었던 기존 물리학의 상식을 파괴했습니다. 고전 역학은 실험의 결과를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론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런 상황은 비슷한 시기에 상대성이론이 탄생한 배경과 닮았습니다. 고전 역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이상한 물리 현상들이 발견되었고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양자역학의 성립과 해석

미시세계의 이상한 물리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양자역학을 탄생시키고 발전시켰습니다. 양자역학은 두 갈래의 길로 시작해서 하나로 통일되었습니다. 하나의 길은 1905년에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광자 가설에서 출발하여 슈뢰딩거가 발전시킨 파동역학의 길입니다. 다른 하나의 길은 1913년에 닐스 보어가 제시한 원자 모형에서 출발하여 하이젠베르크가 발전시킨 행렬역학의 길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1926년에 슈뢰딩거가 파동역학과 행렬역학의 결과가 동일하다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양자역학이 미시세계의 힘과 운동을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으로 공인되었습니다.

 

양자역학이 학문적으로 증명되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그 이론의 물리적 의미를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논란은 처음부터 존재했습니다. 그 논란의 원인은 한마디로 양자역학의 내용이 직관적이지 않아 이해하기에 너무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양자역학의 개념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양자역학에 대해 여러가지 다양한 해석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불확정성 원리

1927년에 하이젠베르크가 불확정성 원리를 발표하였습니다. 불확정성 원리의 요지는 미시세계에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입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할수록 운동량이 불확실해지고 그 반대로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불확정성 원리는 '측정' 또는 '관측'이라는 행위의 의미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합니다. 입자를 '관측'한다는 것은 그 입자에 부딪힌 뒤 돌아온 빛을 보는 것입니다. 즉 관측 대상을 '측정'하는 행위 자체가 관측 대상인 입자의 운동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관측 행위가 관측 대상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예가 이중 슬릿 실험입니다. 그 실험에서 관측 대상인 전자는 관측 전에는 파동, 관측 후에는 입자의 특성으로 갈라졌습니다.

 

양자역학의 해석

불확정성 원리는 코펜하겐 해석의 하나였습니다. 20세기 초반 여러 과학자들이 덴마크 코펜하겐의 연구소에서 다양한 연구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때 닐스 보어를 포함한 여러 젊은 과학자들이 양자역학에 대해 토론하고 내놓은 일련의 해석이 코펜하겐 해석으로 불렸습니다. 코펜하겐 해석은 관측 여부에 따라 입자와 파동의 특성으로 분리되는 이중 슬릿 실험의 결과에 대해 "전자가 관측되기 전에는 파동이고 관측된 후에는 입자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관측되기 전의 파동은 입자가 위치할 확률의 파동입니다. 그것은 원래 우리의 세계가 입자와 파동의 가능성이 겹쳐져 존재하는데 관측 행위로 인해 하나의 가능성이 선택된다는 의미입니다. 

 

양자역학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양자의 상태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설명하는 양자 중첩이나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양자의 상태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하는 양자 얽힘 등의 개념은 마치 공상과학소설처럼 들립니다. 아인슈타인이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코펜하겐 해석에 동의하지 않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양자역학을 수식으로 증명한 슈뢰딩거 역시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예로 들며 코펜하겐 해석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해석에 대한 논란이나 이해의 어려움과는 별개로 분명한 하나의 사실이 있습니다. 양자역학이 미시세계의 물리 현상을 아주 잘 예측한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양자역학은 원자력 기술과 반도체 기술 등 20세기에 등장한 첨단 기술들의 이론적 배경이 되었습니다. 만약 양자역학이 발전하지 못했다면 인간은 반도체에서 전자가 보이는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고, 트랜지스터와 직접회로를 발명하지 못했을 것이며 이후 컴퓨터 산업의 폭발적 성장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21세기에 들어 규모를 키운 이중 슬릿 실험이 수행되었습니다. 전자 하나의 수준을 넘어 원자 수천 개를 붙여서 만든 분자를 슬릿에 통과시켰습니다. 결과는 전자에 대한 실험의 경우와 같았습니다. 분자에 대해서도 입자와 파동의 특성이 함께 나타냈습니다. 만약 규모를 더 키워 야구공으로 실험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까요? 관측되지 않는다면 야구공도 마치 파동이 슬릿을 통과한 듯한 간섭현상의 흔적을 남길까요?

 

미시세계와 거시세계의 경계가 존재할까요?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통합하는 법칙이 존재할까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통합하는 이론이 등장할 수 있을까요? 미시세계에서 탄생한 양자역학은 세상의 존재 방식과 관련된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질문들을 낳았습니다. 그래서 양자역학은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현대 철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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